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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폭군이 하나 나타났으니 그의 직업은 딸래미다. 그의 행적을 쫓기란 어렵지 않다. 대체로 어지럽혀진 곳을 따라가다 보면 그를 찾을 수 있다. 어지러진 주변 기물의 중앙에서 마치 숭상 받는 황제처럼 앉아 베시시 웃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난장판으로 이뤄진 궤적의 길이가 들쑥날쑥 하다는 점인데, 이는 그의 행보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관측 결과 그의 모친은 스트레스 지수 30이상 도달하면 방관을 시작한다. 그런 경우 행적의 길이는 온 집안을 훑어 어디가 시작점이고 어디가 종착지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가 이동에 궤적을 남기는 이유는 눈에 띄는 모든 것이 다 파괴를 원한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체로 주변 기물의 염원을 흔쾌히 들어준다. 던지고 어지르고 헝클어트린다. 물론 이런 오해를 씻기고자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도 나름 17개월차에 진입하는 몸. 쉽게 요구에 수긍하지는 않는다. “시져” 혹은 “시여”라고 ‘싫어’를 고상하게 발음한 듯한 답변을 준다. 행여나 그의 행보에 제동을 걸라하면 호통을 각오해야 한다. “아이”, “에이씨” 정도의 질타는 예사다.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울음이 터지는 순간 윗집의 딸래미 후견인께서 전화를 주신다. 똑바로 모시라는 경고를 듣는다. 차선책으로 파괴가 용이한 기물을 손에 안 닿게 놓거나, 숨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의 필살기가 발휘되는 것도 바로 이때다. “꼬오~” 줘->쪼->꼬의 변천을 거쳐 발전, 혹은 퇴화된 듯한 이 필살기를 맞으면 대체로 그의 파괴작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집은 오늘도 난장판이 돼 간다. ![]() (어째서인지 그는 기저귀 쓰는 것을 좋아한다)
- 생체관리부 통제실 새벽 1시. 보통 때라면 한가한 근무시간일 때지만 이날 생체관리부 통제실엔 긴장이 감돌고 있다. 자율신경 관리부에서 ‘수면 진입’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례 이런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한가지 뿐이다. 최초의 보고가 올라온 것은 1시 17분이었다. “식도·위장 관리팀에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알콜농도 19.5도 추정, 70ml의 액체가 위장으로 진입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통제실장은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통제실장은 수화기를 들고 잠재의식부에 긴급연락을 취했다. “내일 근무 차질에 대한 위기의식 조정은 어떻게 됐소?” “실패했습니다. 이성관리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젠장. 통제실장은 짧은 욕설과 함께 수화기를 내려놨다. 예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불과 이틀전에 섭취한 알콜로 인해 낮부터 간 관리팀에게 한바탕 항의를 들은 터였다. 그는 곧장 식도·위장 관리팀장에게 연결했다. “오늘 알콜 섭취 컨디션은 어떻소?” 통제실장은 식도·위장관리팀이 이성관리부의 압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식도·위장관리팀도 적잖은 후유증을 겪건만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현재 위장 내 남아있는 양분 상태는 어떻소?” 위장관리팀장도 미안한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통제실장의 머리는 복잡하기만 했다. 적당량이라고 해봐야 알콜의 물량공세에는 답이 없었다. 결국 그는 비상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각 부서에 긴급 경보를 내리고 간 관리팀에 보낼 선물을 하나 준비하기로 했다. 통제실장의 빠른 상황대처는 나무랄 것 없이 훌륭했지만 상황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약 1시간이 지난 2시 5분이었다. 식도·위장 관리팀과 유선으로 누적 알콜 농도를 계산하던 오퍼레이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식도·위장 관리팀에 구토 실시 통보가 왔습니다! 약 7초 후 실시됩니다!” 구토는 식도·위장 관리팀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통제실장에는 차라리 다행스런 일로 느껴졌다. 식도·위장 관리팀이 알콜을 모두 통과시키는 상황이 더 끔찍했기 때문이다. “5초, 4초, 3초... 구토 절차가 중단됐습니다!” 이성관리부와 생채관리부 명령의 우선순위가 혼선을 겪기 시작했다. 통제실에서는 식도·위장 관리팀에 수차례 항의를 보냈지만 재수축활동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었다. 1차 관문인 식도·위장 관리팀의 구토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식도·위장 관리팀이 손을 놔버렸습니다!” 잇따른 보고에 통제실장은 토하고 싶은 심정이 됐다. 면허취소라인은 통제실장에게 있어서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혈중 알콜농도 0.05%를 넘어선다는 것은 자율신경관리부와 생채관리부의 지시·보고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피부관리팀에 실외 기온 체크를 요청해라. 노숙에 대비해야한다!” “안돼! 수면경보 발령해.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 잠들게 해야돼!” 다행히 자율신경관리부와 통제실의 소통라인은 아직 무사했다. 문제는 이성관리부였다. “이성관리부에서 세수를 지시한 모양입니다! 수면경보의 효과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통제실장 입에서 마침내 욕설이 튀어나왔다. 가능만 하다면 이성관리부를 찾아가 뒤통수를 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오퍼레이터의 떨리는 목소리가 통제실에 울려퍼졌다. “알콜농도 40도 추정, 250ml의 액체가 위장으로 진입했습니다. 예상 성분 소주·맥주·양주… 폭탄입니다!” 통제실장은 그대로 정신줄을 놔버렸다. “아오 씨발 진짜! 이제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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