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영광
A는 이름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A는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 대신 A는 이름보다 친숙한 호칭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형제’라는 단어였다. B가 A의 이름 대신 불렸던 ‘형제’라는 호칭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A에게 곧 이름이고 자신이 됐다.

하지만 ‘형제’라고 불린 이는 A뿐만이 아니었다. B는 A에게 ‘형제’라 불렀지만, A도 B에게 ‘형제’라 불렸다.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형제’는 유일한 형제인 A와 B외에 다른 이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호칭이었다. 그들은 각각 A고, B였지만 호칭은 ‘형제’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

서로의 호칭이 ‘형’ ‘아우’가 아닌 ‘형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A 자신이 B보다 동생인지 형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년시절부터 A는 B보다 키도 덩치도 더 컸지만 그것이 꼭 형제간의 우열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B는 A와 달리 활기차고 낯을 가리지 않았다. 간혹 싸움이 나게 되더라도 A는 B를 이기곤 했지만 이 우위는 사소한 것이었다. 돌발적 상황에서 문제해결에는 늘 B가 앞장섰다. 어찌 보면 소극적이고 겁이 많던 A에게 B는 늘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B는 A 없이도 자신을 유지했지만 유약했던 A에게 ‘형제’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개념이었다. B는 태어난 이후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자신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래서 A는 B의 제안에 할 말을 잃어야 했다. B는 A에게 헤어질 것을 통보했다.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어쩌면 B에게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B는 늘 ‘자유’를 갈망해왔다. A는 그런 B의 갈망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지못해 그의 ‘자유’를 따라왔다. 늘 소극적이었던 A의 타성이었다. 결국 A가 ‘자유’를 포기할 것을 설득했을 때 B는 배신감을 느껴야했다. 그 이해의 차이가 B에게는 ‘결별’을 결심하게 했다.
망연한 A의 시선을 뒤로 B는 발걸음을 돌렸다. 힘겹고, 위험하지만 광활한 세계가 그의 앞에 펼쳐졌다.

A는 B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와 싸워서 막겠다면 못이길 것은 아니지만 이긴다 한들 그의 바람을 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죽이지 않는다면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목숨을 건 B의 반격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A는 B의 뒷모습을 망연하게 쳐다봤다. 처음부터 A에게 강요된 선택지는 ‘함께 가느냐’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A가 며칠 사이 겪은 자유는 매몰차고 위태로웠다. 불과 며칠이었다. A는 여정의 끝에 죽음이 기다린다고 확신했다. B를 보낸다면 그를 사지로 모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릴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함께 한다면 그 또한 죽음을 면치 못한다.

A는 결국 안식처로 돌아왔다.
A가 집에 도착한 것은 늦은 새벽시간이었다. 함께 집을 떠났던 B는 그의 곁에 존재하지 않았다. A는 그가 원하던 따스한 밥과 잘 곳, 그리고 안전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과 바꿔 자신의 일부를 죽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건일지◀
4월 15일 - 고양이 두 마리 가출
4월 23일 - 새벽 4시 디쁠이의 귀환, 왠지 옆구리에 상처가 있음, 꼬장꼬장함. 레종이는 나타나지 않음.
5월 중순까지 - 디쁠 밤마다 울어서 시끄러 디짐. 그놈은 하도 울어서 이젠 목이 쉬었음. 아 씹라...




발정기에 물 오른 A와 B의 단란하던 한 때...(둘 다 수컷=_=)


정신 좀 차려라 씨뱅아...
by FeeL | 2008/05/20 00:58 | Others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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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에린 at 2008/05/20 10:07
뭔 내용인가 했더니...ㅇ<-<
레종이 어떡해; ㄷㄷㄷ
Commented at 2009/06/26 14: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8/10 16: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9/08 16: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모로 at 2009/10/03 18:19
ㅡㅡ;;; 뭔지 모르겠지만 대서사시.....

추석잘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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